이제 소비자들은 맹목적으로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소비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유통 전문 뉴스레터 주간 ‘Retail Talk 128호’
안녕하세요. 리테일톡 128호입니다.
AI가 정답을 말해주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자신만의 답'을 찾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소비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27년에는 트렌드를 의식하기보다 나만의 기준과 취향을 추구하는 '영점소비'가 핵심 소비 트렌드로 부상할 전망인데요. 이번호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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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테일톡 128호에 준비한 소식입니다.
1. 2027년 핵심 소비트렌드
2. 한주간 유통가소식 Top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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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은 ‘영점소비’의 해 취향 정조준해야 지갑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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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정답'보다 '나만의 기준'으로
- 선택의 다양성보다 중요한 '맞춤 정확도'
- AI 시대, '무감 소비'와 '진심 소비'로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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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선애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센터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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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행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또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트렌드의 민족’이라고도 불리죠. 그런데 요즘 이 ‘트렌드’라는 말의 힘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이 싫다’는 응답은 21.5%에 그친 반면,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65%에 달할 만큼, 유행을 놓칠까 조바심 내던 분위기가 한층 옅어진 것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 기준’입니다. 이제 더 이상 완벽한 결과나 검증된 정답, 다수의 인정 등은 개인의 선택 기준이 아닙니다. 내가 직접 확인하고, 직접 느끼고, 직접 판단한 것이 훨씬 중요하죠. 즉 내가 인정하고, 내가 좋다고 하면 그것이 곧 ‘트렌드’가 되는 세상(Not by trend, Trend by me)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선 꽤 난감한 변화입니다. '대중(다수)'이 사라지고, 저마다 기준이 다른 개개인을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 힘든 과제가 눈앞에 닥쳤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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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26 트렌드모니터>가 선정한 트렌드 키워드는 ‘압축소비’였어요. 한정된 자원 안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곳에만 집중해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죠. 2026년 압축소비에 이어 트렌드모니터가 포착한 2027년 한국 소비의 핵심은 바로 '영점(零點)소비'입니다.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한 소비자들이 이제 그 과녁을 얼마나 '정확하게' 맞히느냐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죠.
2026년 ‘압축소비’ 이어 2027년은 ‘영점소비’
‘영점’은 사격에서 쓰이는 용어예요. 본격적인 사격에 앞서 시험 사격을 통해 조준점과 탄착점이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영점 조정’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사격용어가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I와 알고리즘이 ‘가장 좋은 답’을 쏟아내는 지금 시대에, 소비자들은 “많은 사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그 답이 나에게도 정말 좋은 선택일까?”라고 되묻고 있습니다. 남들이 인정하는 ‘가장 좋은 것’보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찾으려는 것이죠. 소비와 관계, 자기관리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에게 맞는 영점을 찾아가는 모습이 마치 사격에서 조준점과 탄착점을 조정해가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자신의 조준점에 정확히 들어맞는 대상에는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지만, 과녁에서 벗어난 대상에는 돈은 물론 시간조차 내주지 않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 태도 변화의 기저에는 '확률주의 생존법'이 있습니다. 불확실한 정답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만의 기준에 맞춰 작은 시도를 거듭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죠. 마치 영점을 잡기 위해 예비사격을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완벽한 정답이 사라진 자리, 대중 소비자들의 조준점은 과연 어디를 향하게 될까요? 그 방향성을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정답 대신 나만의 핫스팟 켜는 ‘마이-파이(My-fi)’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에 상식이나 고정관념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던 삶의 ‘공식’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입학과 졸업, 취업과 결혼, 승진과 퇴직,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단계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으레 따라야만 할 것 같은 규칙(Rule)들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 그 규칙들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성비 스드메나 전통 혼례, 숲 결혼식을 택하는 예비 부부가 늘고, 3일장이 당연시되던 장례에서는 ‘무빈소 장례’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죠. 직장생활에서 승진은 모두의 축하를 받는 경사였지만, 최근에는 책임과 부담을 이유로 '반려’를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영역에서조차,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가 아니라 ‘나에게 맞으니까’가 새로운 답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에 맞춰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을 트렌드모니터는 ‘마이-파이(My-fi)’라는 키워드로 설명합니다. 하나의 공용 와이파이에서 모두가 같은 신호를 받던 시대가 저물고, 저마다 자기만의 핫스팟을 켜기 시작한 것이죠. 단, 모든 공식을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유효한 것(상식)은 지키되, 한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맞지 않는 것(고정관념)은 과감히 버리죠. 유행의 주파수에 무작정 올라타지 않아도 '나'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향'은 56.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남들이 인정하는 선택'은 단 9.1%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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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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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장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답은 정해진 ‘디폴트’를 닫고 다양한 ‘옵션’을 여는 것입니다. 정답처럼 짜인 패키지 대신, 소비자가 자기 주파수에 맞춰 직접 골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핵심은 선택지의 '개수'가 아니라 '맞춤의 정확도'입니다. 최근 카드업계가 특정 브랜드와 1:1로 협업해 특화 혜택을 제공하거나, 러닝·여행·패션처럼 특정 소비 영역에 혜택을 몰아주는 '핀셋 카드'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이제는 ‘당신이 바로 트렌드’라며 각자의 '별다취(별게 다 취향)'를 지지하는 브랜드(제품)가 마이-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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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결혼식을 올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사진 : 국가유산진흥원, 국립공원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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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조합이 만드는 낯선 재미, 언클리셰(Un-cliché)
이렇듯 각자의 기준이 중요해지면서 소비자를 움직이는 공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잘 만든 정답’으로는 눈길을 끌기 어려워졌기 때문인데요. AI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빚어내는 낯선 화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공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클리셰가 영화 속 익숙한 장면이나 전형적인 설정을 뜻한다면, 익숙한 대상이 전혀 다른 영역과 만나 예상 밖 재미를 만드는 전략이 바로 ‘언클리셰(Un-cliché)’입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편의점’입니다. CU는 2026년 4월 자체 앱 ‘포켓CU’에서 프라다 가방을 한정 판매했어요. 접근성과 편의성을 내세워 간단한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해 온 편의점에서 수백만 원대 명품 가방을 판매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죠. 하지만 준비한 물량 대부분이 팔릴 만큼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을 러닝크루 집결지인 ‘러닝 스테이션’으로 꾸미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미니 은행을 들인 매장도 등장했는데요. 삼각김밥과 생필품을 팔던 작은 매장에 전혀 다른 기능이 얹혀지면서 편의점이란 공간의 정체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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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는 명품을 판매하고, 특화 매장 ‘러닝 스테이션’을 선보이는 등 '언클리쉐'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사진: BGF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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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다져 온 브랜드들이 협업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통하고 있죠. ‘두바이 쫀득쿠키’의 향을 담은 ‘두쫀쿠향에 이슬’은 출시 2주 만에 17만 병이 팔리며 이색 소주 라인업을 넓혔는데요. 이 이색 조합은 업종의 경계도 가볍게 넘나들고 있습니다. GS25와 현대자동차는 ‘현차는 빵빵’ 아이스크림을, 세븐일레븐과 SK하이닉스는 ‘허니바나나맛 HBM칩’ 과자를 선보였고, 최근 GS25가 민음사와 협업해 출시한 ‘민음사빵’은 품절 대란까지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낯설게 섞는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클리셰 전략의 목표는 오래 살아남는 '스테디셀러'가 아니라, 짧고 굵게 화제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화제가 식으면 또 다른 새로운 조합으로 빠르게 대체되죠. 그래서 빈틈없는 완성도보다 순발력과 트렌드 감각, 이슈를 정확히 포착하는 타이밍이 훨씬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같은 파격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건데요. 이미 실력과 존재감을 시장에서 충분히 증명한 대상이 자신의 권위와 정형성을 잠시 내려놓을 때 반전 매력은 극대화됩니다. 이른바 '권위의 의도적 격하(格下)' 전략이죠. 정상급 배우가 B급 이미지로 파격 변신에 나설 때 더 큰 화제가 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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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의점 업계가 선보인 이색 콜라보 상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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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들이 '백화수복 원컵' 공병을 양념통으로 재활용하고, 먹다 남긴 음료를 덮는 데 공병 뚜껑을 쓴다는 점에 착안해 실리콘캡을 더한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오랜 역사의 전통주 브랜드가 격식을 내려놓고 소비자의 '놀이'를 제품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 유연함이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브랜드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니, 오히려 더 큰 호응이 돌아온 것이죠.
AI시대의 쇼핑, 무감 소비 vs 진심 소비
"직장인 C씨. 휴지와 세제 같은 생필품은 AI 쇼핑 에이전트가 알아서 최저가로 빠르게 착착 구매하지만, 주말에는 연차까지 붙여 가며 인기 디저트 가게 앞 웨이팅 줄을 선다."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죠? AI에게 “여행 계획 짜줘” 한마디만 주문하면, 수백 번의 클릭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흐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연차까지 내면서 디저트 가게 앞에서 웨이팅을 하고, 카드 한 장을 구하려고 수만 명이 몰리기도 하죠. 올해 초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두쫀쿠’ 품절 대란은 물론 지역의 유명한 빵집과 떡집을 찾아가는 ‘빵지순례’, ‘떡지순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소비의 목적이 단지 ‘먹는’ 것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것이죠. 기다리고, 헤매고, 원하는 것을 겨우 손에 넣는 그 ‘과정’까지가 소비의 완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상반된 풍경은 앞으로 소비가 두 개의 지갑으로 나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AI가 가격과 스펙을 따져 알아서 채워주는 ‘무감(無感) 소비’와,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라도 직접 경험하고 싶은 ‘진심 소비’ 입니다. 최근 AI 쇼핑 에이전트 도입이 늘면서, 소비자들은 ‘최저가 비교’나 ‘리뷰 정독’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AI에게 맡기려 하죠. 그리고, 그렇게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나를 드러내는 소비’로 향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추천에는 내 취향이 묻어나기 어렵지만, 직접 고른 선택은 그 자체로 나를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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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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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소비의 대표 영역은 단연 디저트와 덕질입니다. 인기 디저트를 사려고 긴 웨이팅을 감수하고, 좋아하는 캐릭터나 아이돌 굿즈에 거액을 아끼지 않는 소비는 '효율'만 놓고 보면 분명 비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지죠. '얼마나 싸고 좋은가'보다 '얼마나 내 마음을 뛰게 만드는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1,300만 관중을 기록한 프로야구가 자체 굿즈를 넘어 식품, 의류, 뷰티업계와 협업하고, 백화점이 명품 매장의 빈자리를 '팬덤 콘텐츠'로 채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팬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단 하나.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내가 응원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무감 소비의 순위를 정하는 것이 알고리즘의 데이터 점수라면, 진심 소비의 순위를 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심박수(BPM)'인 셈이죠. AI가 효율의 영역을 가져갈수록, 심박수를 높이는 경험과 취향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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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업계와 콜라보한 굿즈를 선보이고 있는 KBO(사진 : K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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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소구점 역시 ‘효율’에서 ‘직접 겪는 경험’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숙취해소제 시장의 변화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숙취를 얼마나 줄여주는가
'를 두고 기능 경쟁을 하던 브랜드들이 요즘은 2030세대의 어떤 '순간'과 함께 기억될지를 고민합니다. 친구와의 술자리나 썸·연애처럼 누군가를 챙겨주고 싶은 순간에, 그 마음을 전하는 매개로 제품을 배치하는 식이죠. 여기서 새겨둘 점은, 심박수는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크게 뛴다는 사실입니다. 혼자서도 달릴 수 있지만 굳이 크루를 만들어 함께 달리고, 알고리즘이 곡을 골라주는 스트리밍 시대에 오프라인에 모여 함께 음악을 듣는 '리스닝 파티'가 확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브랜드에게는 단순한 체험 마케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판'을 (재)설계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모든 능력치 대신 필요한 딱 하나, 스탯 맥싱(Stat Maxxing)
한편 자기관리 방식도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와 AI가 신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주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건강 상태를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실제 소비자 10명 중 8명(78.1%)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나 앱을 하나 이상 쓰고 있을 만큼, 내 상태를 숫자로 확인하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에는 건강·운동·수면·자기계발 등 삶의 여러 영역을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인 '스탯'처럼 관리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모든 스탯을 고르게 끌어올리기보다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에 자원을 몰아주는 '스탯 맥싱(Stat Maxxing)'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모든 방면에서 잘해내려던 '전방위 갓생'에서 딱 하나의 목표에 시간과 돈을 집중하는 '원포인트 갓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죠. 목표를 세우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건강하게 살기’ 같은 추상적인 다짐 대신 ‘수면 점수 85점 만들기’, ‘골격근량 1kg 늘리기’처럼 측정가능한 목표 세우기가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목적은 나에게 필요한 최적점을 찾는 것이고, 비교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나'입니다. 시장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당 소스, 무알코올 음료처럼 건강에 부담을 주는 요소를 줄 ‘마이너스’ 옵션은 이미 기본값이 됐고, 이제는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성분과 기능을 선택해 더하는 ‘플러스’ 영역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편의점과 다이소를 채운 소용량 건강기능식품이 대표적입니다. 종합비타민 대신 비타민 B·C·D 등으로 잘게 나누고, 루테인·마그네슘·유산균처럼 필요한 성분만 소용량으로 내놓는 방식이 그 예입니다.
필요한 것만 골라 담으려는 태도는 정보를 고를 때도 고스란히 나타나 대형 지도 플랫폼 대신 ‘야장맵(야장 맛집 지도)’, ‘거지맵(가성비 식당 지도)’ 같은 이색 지도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 조사에서도 ‘정보가 너무 많은 포털 검색보다 미리 걸러진 테마 지도가 더 편하다’는 응답이 52.6%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들도 아웃백의 ‘여름 휴가 맛집 지도’, 코카콜라의 ‘레드리본 전국의 맛집’처럼 ‘지도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도 마케팅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동선과 목적에 맞춰 ‘어디서 무엇을 경험할지’까지 골라주는 쪽으로 그 역할을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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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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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덜기 위한 '확률주의 생존법'
마이-파이, 언클리셰, BPM 이코노미, 스탯 맥싱.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방향이 있습니다. 바로 ‘한정된 자원’을 아무 곳에나 쓰지 않겠다는 의지, 남이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내가 직접 확인하고 판단한 것에만 자원을 쓰겠다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왜 이렇게까지 신중해졌을까요? 그 배경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일상에서 불안을 경험한다는 응답은 76.1%에 달했는데요. 쓸 수 있는 자원이 적을수록 실패 한 번의 타격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소비자는 성공과 실패가 반반인 판을 아예 짜지 않으려고 하죠. 즉 실패라는 경우의 수를 0에 가깝게 만들어버리는 ‘확률주의 생존법’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같은 웨딩홀이라도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예비부부들은 처음부터 총액이 정해진 '가성비 예식'이나 대관료가 없는 공공 결혼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결혼식의 변화가 '취향'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실패 제로를 위한) 변수 통제'의 문제이기도 한 셈이죠.
일상 소비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싼 곳을 찾기보다 무엇을 골라도 가격대를 예상할 수 있는 다이소 같은 균일가 매장을 찾고, 대형마트 대신 집 앞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장을 봅니다. 상품 하나하나의 최저가보다, '예상 밖의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이 셈법은 관계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관계에서 상처받거나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응답은 68.3%, ‘친구 관계도 유지에 드는 감정적 에너지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는 응답이 67.2%로 나타날 만큼, 관계로 인한 예상치 못한 상황의 통제 욕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겨루지 않았으니 질 일도 없는, 이른바 ‘부전승(不戰勝) 관계’ 지향이 뚜렷해지고 있죠.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크러시 리세션(Crush Recession)’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연애는 물론, 짝사랑도 부담스럽다며 멀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우정조차 ‘사치’로 여기면서, 친구 없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솔로 맥싱’, ‘외로움 인플루언서’ 같은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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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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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가장 안전한 관계를 가족에서 찾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애인보다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더 편하다는 ‘엄미새’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안전자산을 찾듯, 관계가 불확실해질수록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 안전한 관계를 택하고 있는 것이죠. 흩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 시대에, 가족을 이루는 삶이 특별해진 ‘예상치 못한’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그렇다고 관계에 대한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넓게 연결되기보다, 감정을 소진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함께 겪을 수 있는 소수와 가까워지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접속해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는 저가형 멀티플레이게임 ‘프렌드슬롭’이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된 것처럼요. 즉, 확률주의 생존법은 불확실한 정답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실패해도 타격이 적은 가능성의 확률을 내 것으로 만드는, 영리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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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주간 유통가 소식 Top 5
1️⃣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전년대비 4.5%↑▶️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보다 이른 추석 연휴 영향으로 전년동월 대비 4.5% 증가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출이 5.1%, 온라인 매출이 4.0% 증가한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는 부진을 겪어 왔던 대형마트의 매출이 4.0%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온라인 역시 명절 특수로 식품(6.7%↑) 매출 증가세가 이어졌고, 음식배달과 여행·문화상품, e-쿠폰 등 서비스·기타(10.6%↑) 이용도 늘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 후반을 기록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은 7.5% 하락한 반면,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4.8%, 5.4% 상승했습니다. 특히 수산물 상승률은 올해 1월(5.9%)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가공식품도 2.9% 올라 전월(2.1%)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고, 외식 물가 역시 2.9% 올랐습니다.
3️⃣가격 인상 피로감에 명품소비 '주춤'▶️
글로벌 주요 명품 업체들이 중국과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수요 부진을 겪는 가운데 국내 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 증가세가 약해졌습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올해 2분기 40% 안팎에서 3분기 20% 중반대로 낮아진 데 이어 10월에는 10%대로 떨어졌는데요. 누적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과 자산효과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명품 소비 열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4️⃣다이소, 경기도 양주에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
아성다이소가 경기도 양주시 은남산업단지에 6천억 원을 투자해 온·오프라인 복합 물류센터인 ‘양주허브센터’를 건립합니다. 2029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양주허브센터는 연면적 약 20만 6천㎡ 규모로, 다이소의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완공 후에는 수도권과 강원권 800여 개 매장에 상품을 공급하고, 하루 최대 5만 건의 다이소몰 주문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5️⃣백화점, 연말 앞두고 미디어파사드 경쟁▶️
크리스마스와 연말시즌을 앞두고 주요 백화점들이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와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습니다. 롯데백화점은 '꿈속 비밀의 정원'을 콘셉트로 본점 외벽에 2만 개의 전구를 설치하고, 약 100m 구간을 조명과 미디어아트로 꾸몄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6일 본점 외벽에 크리스마스 미디어파사드를 공개하고, 크리스마스 마켓 운영 점포도 기존 2곳에서 4곳으로 확대합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1980~1990년대 뉴욕 거리를 재현한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를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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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리테일톡은 11월 11일 수요일 아침에 더욱 유익한 콘텐츠와 함께 다시 찾아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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